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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취임한 부구욱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대학교육이 보통교육 시대에 들어선 만큼 상위 40개 대학은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한 연구중심 대학으로 육성하고, 나머지 대학은 일자리·현장중심산업(NCS 기반) 교육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해야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고 높은 대학 진학률이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4년제 대학을 대표하는 대교협 회장이 250여개 4년제 대학의 80% 정도를 취업중심 대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며, ‘청년 고용절벽’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의 정원 감축을 유도하고 있지만, 사실상 강제적인 인력 감축으로 대학들의 반발과 저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대부분의 대학을 일자리·현장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인식은 다른 나라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이 20대 후반에 대부분의 교육이 이뤄지는 단거리 경주 형태라면, 미래에는 개인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마라톤 형태가 되면서 현장 중심 교육이 강조될 것이다. 러시아의 파벨 룩사 교수를 중심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학자와 세계은행이 참여해 30년 뒤 교육의 역할을 연구하는 미래교육포럼의 연구 결과다. 미래교육포럼은 10년 뒤에는 지식 위주 전문학회지의 중요성이 감소하고, 30년 뒤에는 연구중심 대학의 존재감도 희미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용적 효용가치가 의문시되는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는 대학의 존재가 약화되고 ‘생애교육’ 기관으로서의 대학 역할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대학졸업 후 첫 직장을 잡는 데 1년이 걸리고, 그나마 찾은 일자리의 상당수도 비정규직 등 고용조건이 좋지 않아 ‘3포 세대’를 넘어 ‘9포 세대’로 불린다. 이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한국 고용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도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1995년) 이후 제도적으로 빗장이 풀린 대학의 무분별한 설립을 방임한 ‘정책 실패’ 탓이라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 주도로 대학교육을 일자리·현장중심으로 하려는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선 전문대학은 2017년까지 교육과정의 70%를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중심으로 개편해야 국가에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 지원으로 올해부터 13개 대학에 5년 기한으로 장기현장실습(IPP)형 일·학습병행제도가 시행된다. 대학 재학생들의 현장실무능력을 제고해 대졸자의 취업률을 높이고 중소기업 인력난을 상당부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립취지와는 달리 지식위주의 교육이 이뤄진다는 비판을 받아온 전문대 교육시스템도 내년부터 15개 전문대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특성화 고교와 전문대를 연계해 통합 교육한다. ‘유니텍(Uni-Tech) 프로그램’이 그것으로, 이를 통해 전문대 교육을 실무현장 위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대학교육을 일자리·현장중심으로 바꿀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대학사회의 핵심구성원인 교수들에게 달렸다. 전통적으로 대학은 지식 창출의 중심기관이었고 대부분 교수는 지식 창출의 선도역할을 하도록 교육받았다. 그러나 10명의 고등학생 중 7명이 취업 대신 대학 진학을 하고 대다수 대학생이 졸업 후 취업난을 겪는 현실에서는 교수들이 지식을 전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일자리·현장 중심의 교육을 위해서는 대학교수들이 자기변신을 위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청년 취업난을 타개하기 위해 교수들이 대학교육 혁신에 선도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